[Impact Insight] 기후기술(climate tech)의 부상과 미래의 기회

By 2021년 3월 24일blog

 

2020년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10%가량 줄었다고 합니다[1]. 의심의 여지 없이 코로나19 탓입니다. 아마 산업 발달 수준이 높은 국가 대부분이 비슷한 패턴을 보였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이동이 대폭 줄었고, 경기는 침체되었으니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최대치의 하락이라는데, 그럼에도 2020년은 인류 역사상 두 번째로 뜨거웠던 한 해였습니다[2]. 가장 뜨거웠던 해는 2016년이었고, 2020년과의 차이는 0.01°C 수준이라고 하니 1,2등을 다투는 게 무색할 뿐입니다. 실은 지난 7년은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시기였고, 전쟁과 대규모 경기침체가 작은 등락을 만들었을지언정 1900년대부터 지구는 꾸준히 뜨거워져 왔습니다. 인류가 산업혁명 이후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꾸준히 뿜어내온 결과입니다. 코로나19로 세계 곳곳이 락다운(lockdown)에 돌입하며 탄소배출량 그래프가 오랜만에 그 머리를 아래로 향했던 2020년 5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17ppm, 관측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산업혁명 이전 280ppm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0%가량 상승한 셈입니다.[3] 417ppm의 이산화탄소는 과거로부터 축적된 결과입니다. 우리 앞에 놓인 문제는 지난 100년을 살았던 세대들이 남긴 문제이자, 우리 세대가 여전히 가중시키며 미래에게 전가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옐로우독이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의 투자 영역으로 삼기로 결정한 것이 이런 당위 때문만은 아닙니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을 통해 다음 세기 진입 시점까지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2°C 이내로 방어하자고 결의했고, 2018년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UN 산하 국가간 협의체)를 거치며 2°C가 아니라 1.5°C로, 목표 상승폭을 더 줄여 잡았습니다. 이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줄이고, 2050년까지는 탄소 배출 중립, 이른바 ‘넷 제로(net zero)’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 IPCC의 분석입니다. 이는 우리의 경제 사회 시스템 전반에 걸친 전격적인 탈탄소화를 의미합니다. IPCC는 2050년 넷 제로 도달을 위해서는 매년 연간 2.4조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추정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인류에게 던져진 엄청난 과제이기도 하지만, 이는 전 세계 GDP의 2.5%에 해당하는 거대한 새 시장이 열린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 거대한 전환과 새로운 시장의 조짐은 이미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선, 1.5°C 목표가 요구하는 넷 제로에 2050년 이전에 도달하겠다고 선언하는 기업이 시시각각 늘어가고 있습니다. 넷 제로 선언은 대기 중 탄소 농도를 조금도 더 높이지 않겠다는 공언인데, 산업의 제조 공정이나 상품의 배송 과정, 임직원의 출장에서까지 탄소 배출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도 남는 게 있으면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는 ‘네거티브 배출’을 시행해 총합으로서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것을 뜻합니다. 파리협약 이후 넷 제로를 선언하는 기업이 하나둘씩 늘어났지만, 특히 2020년에는 비즈니스 지속 가능성의 기본 전제인 양, 수많은 기업이 앞다투어 넷 제로 선언에 동참했습니다. 2020년 9월 발표된 보고서 “넷 제로 가속화(Accelerating Net Zero)”에 따르면[4], 1,541개 기업이 넷 제로 목표를 공약했으며, 이들의 매출을 모두 합하면 11.4조 달러로 미국 GDP의 절반을 넘는 규모입니다. 구글과 아마존은 각각 2030년, 2040년까지 넷 제로에 도달하겠다고 약속했고, 바스프(BASF), 지멘스(Siemens), 슈나이더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도 2030년을 결승선으로 잡았습니다. 심지어, 기후변화의 대표적 주범으로 꼽히는 석유기업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세계 10위 석유회사인 렙솔(Repsol)을 시작으로 세계 2위의 영국 석유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도 2050년까지 넷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탄소 배출 감축, 나아가 넷 제로 도달을 목표로 삼은 기업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탈탄소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을 의미합니다.

기업만이 아니라 소비자 역시 환경 의제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닐슨은 2015년 전 세계 60개국 3만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66%의 소비자가 지속 가능성이 높은 제품이라면 값을 더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2013년의 50%에서 더욱 높아진 수치로 지금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이 비율은 아마 더 높을 것입니다. 이런 경향은 젊은 세대로 갈수록 두드러져, 밀레니얼 세대 중에서는 무려 73%가 지속 가능성이 높은 제품에 대해 더 큰 지불의사를 밝힙니다. 바로 이 밀레니얼 세대가 테슬라에 열광하고 비욘드미트나 임파서블버거를 먹으며 파타고니아를 입습니다.

벤처캐피털(VC) 시장 역시 이에 화답하고 있습니다. PWC의 최근 리포트에 따르면[5], 2013년부터 2019년까지 기후기술(climate tech) 분야의 누적 투자는 총 595억 달러에 달했으며, 연 84%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VC 투자액(18%)보다 5배 빠르게 성장한 결과이지만, 여전히 VC 시장 전체의 6%에 불과한 규모입니다. 우리 앞에 놓인 문제의 심각성과 펼쳐질 커다란 시장의 규모를 감안하면, 앞으로 기후기술 분야의 투자는 더욱 성장할 것이며, 그래야만 합니다.

기후기술 투자의 성장이 한때의 유행일지 모른다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2000년대 후반 VC업계의 클린테크(clean tech) 붐이 씁쓸한 폐허를 남겼던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6] 2006년부터 2011년까지 250억 달러의 VC 자금이 클린테크 분야에 투자되었으나 절반가량이 사라졌습니다. 이 때문에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기후기술’이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부상하기 전까지 클린테크는 대부분의 VC가 눈여겨 보지 않는 영역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기후기술 투자의 부상은 그때와 무엇이 다를까요? 이미 클린테크 붐에 이뤄졌던 투자의 두 배가 훌쩍 넘는 자금이 투입된 만큼,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 이유에 대한 분석 역시 수없이 쏟아집니다. 여러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옐로우독은 다음 세 가지 이유로, 현재의 성장이 되돌릴 수 없는 대세이며 더욱 가속화될 일만이 남았다고 믿습니다.

첫째, 가장 중요하게는 클린테크 붐 이후 10년가량의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대기 중 탄소농도는 더 높아졌으며, 그 결과 기후 위기가 가시화 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10년 전 기후변화를  표현하는 말이 ‘녹고 있는 극지대의 빙하’였다면, 지금은 우리 삶의 터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꺼지지 않는 산불과 끝을 예측하기 어려운 장마’가 눈앞에 닥친 기후 위기를 여실히 드러냅니다. 기후변화가 일부에게나마 ‘논란의 여지가 있는 가설’로 여겨지던 시기는 지났습니다. 2020년 다보스포럼은 그레타 툰베리를 연설자로 초청했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기관 블랙록(BlackRock)은 2021년 연례 서신에서 “기후 리스크가 투자 리스크”이며 “또한 기후 전환은 역사적인 투자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믿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둘째, 가시화된 기후 위기는 기후기술을 특정한 섹터만이 아니라, 산업 전 분야, 사회 전체를 가로질러 적용되고 요구되는 솔루션으로 호출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의 클린테크는 에너지 산업의 대안을 위한 기술로서 주로 호명되었기 때문에 화석연료의 가격을 기준으로 그 경쟁력과 상업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습니다. 그 결과 클린테크의 흥망성쇠는 원유가의 등락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10년여가 지난 지금, 재생 에너지의 비용 경쟁력 또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높아지면서 전혀 다른 시대로 진입했을 뿐만 아니라, 기후기술은 단지 에너지 섹터만이 아닌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요구되는 탈탄소 솔루션 모두를 일컫는 키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 총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식품 영역, 전기자동차를 필두로 하는 모빌리티 영역 등에서 개인 소비자들의 직접적 선택을 받아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일궈낸 사례들이 쏟아지면서, 투자 가능한 기후기술 비즈니스의 스펙트럼은 크게 확장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10년의 기간 동안 인류에게는 훨씬 더 많은 기술적 무기가 생겼습니다. 그 사이 바이오 엔지니어링 플랫폼 비용은 현저히 낮아졌으며, 센서 및 이미징 기술 역시 급속히 발전하여 탄소 배출 모니터링이 용이해졌습니다. 무엇보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분산 에너지 자원 운용 및 에너지 사용 최적화를 위한 다양한 솔루션 개발이 가능해졌습니다. 기후기술이 적용될 분야가 넓어진 만큼 기후기술이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도구의 폭도 깊이도 확장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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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으로부터 대기업, VC와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기후 위기 대응은 거센 흐름을 형성하고 있지만, 한국의 변화는 여전히 느립니다. 넷 제로를 선언한 기업은 4곳에 불과하며[7], 기후기술 분야 역시 VC의 주요 투자 영역으로 자리 잡지 못했습니다. 자본 시장이 상장기업들에게 ESG 성과를 높일 것을 요구하면서, 많은 대기업이 특히 환경 분야의 유해성을 줄이고 환경 친화적 활동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에 적응하기 위한 근원적 변화를 선언하며 체질 개선에 돌입한 기업은 아직 매우 드뭅니다. 옐로우독은 향후 5년간 한국 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의 속도 또한 매우 빨라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제적 규제 환경의 변화, 그로 인해 다가오는 위기 또는 새로운 시장 기회를 초연히 바라만 보아도 좋을 곳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트렌드를 앞당기기 위해, 옐로우독은 혁신적 기술에 근거한 탈탄소 솔루션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적극적으로 발굴해왔습니다. 지난 3년여간 기후 대응은 옐로우독의 주요한 투자 영역 중 하나였으며, 2021년 3월 현재 옐로우독의 포트폴리오 기업 총 29곳 중 8곳이 기후 대응에 기여하는 임팩트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숫자이지만, 만큼 충분히 많은 기후 대응 스타트업에 투자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2020년대는 이미 가시화되기 시작한 기후 위기가 점점 그 위력을 보이는 시대가 될 것이며, 우리는 자본시장과 산업 전반, 사회 시스템이 기후변화를 새로운 전제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더 많은 창업자가 앞으로 열릴 거대한 기후 시장을 향한 야심을 품기를 기대합니다. 정부와 규제 환경, 많은 자원을 가진 대기업도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더 빠르고 대담하게 움직여 주기를 기대합니다. 옐로우독은 기후기술 창업자들을 위한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탈탄소 전환을 향한 촉매제로서 역할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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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Kate Larsen et al., “Preliminary US Greenhouse Gas Emissions Estimates for 2020”, Rhodium Group, 2021.

[2] Chris Mooney et al., “2020 rivals hottest year on record, pushing Earth closer to a critical climate threshold”, The Washington Post, January 14, 2021.

[3] “Rise of carbon dioxide unabated”, NOAA Research News, June 4, 2020.

[4] “Accelerating Net Zero”, Data-Driven EnviroLab & NewClimate Institute, September, 2020.

[5] “The State of Climate-tech 2020”, PwC

[6] Dr. Benjamin Gaddy et al., 「Venture Capital and Cleantech: The Wrong Model for Clean Energy Innovation」, MIT Energy Initiative, July 2016.

[7] 신한금융그룹, SK증권, SK텔레콤, DGB금융그룹. sciencebasedtarget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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